창문은 내 옆쪽에 두고… 카메라 수평 확인 필수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는 후배 A씨는 자칭 '카페 순례자'다. 주말이면 인테리어가 독특하고 예쁜 카페를 찾아다 니며 그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걸 좋아한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내게 전화를 걸어와 대 뜸 이렇게 물었다. "선배, 내가 찍은 실내 사진은 왜 어설퍼 보이는 거지? 안정감이 영 없네…."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 이렇게 대답했다. "먼저 카메라를 똑바로 들어야지." 수화기 너머 후배가 고
개를 갸우뚱하는 게 느껴졌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녀석은 이 말이 분위기 있는 건물 실내 사진을 찍기 위
한 첫 번째 방법임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A를 비롯한 사진 초보자들이 건물 실내를 찍을 때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그건 사진을 '불안하게' 찍는
것이다. 수평·수직선을 제대로 못 맞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모든 건물은 기본적으로 수평·수직선으로 이
뤄진다. 많은 이들은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툭' 찍는다. 그러다 보니 실내도 비딱하
게 찍힌다. 사진이 안정감이 없어 보이는 이유다.
이를 피하려면 먼저 카메라를 수평으로 똑바로 들어야 한다. 그리고선 건물 천장·기둥·모서리 같은 선을
하나 찾아, 사진 속 사각 프레임과 평행하게 맞춰야 한다. 이렇게만 구도를 잡고 찍어도 절반은 완성이다. 공
간을 담아내는 틀을 안정감 있게 잡았기 때문이다.
- ▲ 렌즈(20mm)·셔터스피드(1/15 sec)·조리개(f/8)·감도(ISO 100). 삼각대 사용.
것이니까. 카페·레스토랑·갤러리 같은 실내는 대개 빛이 부족해서 사진이 쉽게 흔들린다. 카메라 모니터로
볼 땐 그럭저럭 괜찮은 사진도 나중에 펼쳐 보면 흔들려 엉망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먼저 숨을 참고 몸의
무게중심을 잘 잡고 찍는다. 그래도 흔들리면 몸을 벽에 기대보자. 사진이 흔들리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안정적으로 사진 찍는 자세를 익혔다면 마지막으로 '분위기'를 살릴 차례. 내가 준비한 귀띔은 '창문을 내
왼쪽·오른쪽에 두고 찍으라'는 것이다.
실내 사진은 자칫하면 밋밋하게 찍힌다. 공간이 널찍한 곳일수록 더욱 그렇다.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입체
적으로 살리려면 무엇보다 빛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럴 땐 정면으로 스며드는 빛, 등 뒤로 쏟아지는 빛보
다는 옆에서 비스듬하게 떨어지는 빛이 더 좋다. 사물을 한층 극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내기 때문
이다.
얼마 전 서울 성북구 효자동에서 찍은 한옥 카페 사진도 위 세 가지 방법을 활용해서 완성한 것이다. 카페
실내는 좁은 편이었다. 그 공간을 왜곡하지 않고 제대로 찍기 위해 일단 카페 안 창문과 탁자에 맞춰 수직·
수평선이 정확하게 들어맞도록 구도를 잡았다. 빛을 살폈다. 오전 11시. 햇빛이 내 왼쪽 창문으로 비스듬
하게 흘러들어왔다. 창틀과 의자, 탁자는 다소 어둡게 나왔지만, 찻잔과 창문 밖 한옥 기와는 생생하게
살았다. 비스듬한 빛 덕에 공간의 표정까지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