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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惠雨김재미
바람이 순한 5월,
맑은 햇살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날
실개천 흐르는 둑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시간을 잊은 듯 살다가
풀숲 고개 내민 개망초 꽃이나 노란 씀바귀 꽃
뚝 언저리에 피어있는 하얀 찔레꽃이
눈에 띈 이유를 알 것 같은 날엔
걷는 걸음이 자꾸만 느려졌습니다
곁에 아무도 없는데
화한 향기 온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일 땐
아예 걸음을 멈춰 버렸습니다
살포시 미소 지으며 한참을 서 있기도
작은 꽃마리 자세히 보려 몸을 낮추거나
반지르르 윤기 흐르는 초록 나뭇잎들을
하얀 씨앗들 허공을 맴돌다 떠나가는
먼 어딘가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5월 내내 그랬습니다
홀로 거니는 시간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피부에 느껴지는 어떤 스침이랄까요
코끝으로 들어오는 어떤 향기랄까요
시안이 맑아지는 5월 속에서
마냥 좋은 그리운 당신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