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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스케치

노할머니의 퍼머 머리

미소^^* 2011. 3. 8. 10:47

 

 

 

 

 

결혼했을때 시댁에는 시외할머니와 시어머니가 계셨어요

아버님은 직장을 다니시니, 출퇴근시간이나 휴일에만 볼 수 있고,,,

 

시외할머니는 1910년에 태어나셔서 1994년까지 사시고

먼길 가셨는데, 시외할머니와 시어머니의 옛날 사진을 보면

한국의 역사의 흐름을 눈으로 마음으로 충분히 보게 됩니다

1910년은 우리나라가 한일합방 되던 해입니다

 

일제의 흔적들이 일상생활에서는 많이 잔존했던것으로 보이는데

그중에서 보면 시외할머니는 나이가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일본어를 무척이나 유창하게 하시고 한글도 한자도 아주 박식하셨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옛날에는 대단히도 상류층이었던

시댁 어른들의 저력있는 집안내력을 여러면에서 느끼곤 하였습니다

 

내가 결혼할 당시 시댁은 그저 평범하고 소탈하게 살았습니다

그옛날의 부와 명성은 온데간데 없고, 다만 그 흔적은

시댁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고 느껴집니다

 

노할머니는 오랜동안 천주교를 신앙으로 갖고 의지하셨습니다

그때 천주교는 남녀 평등원리에 입각하여 가부장사상(家父長思想)과

남존여비사상(男尊女卑思想)을 타파하는데 노력한 종교였는데

할머니의 가치관이 많이 반영된 모습을 느낄수 있습니다

늘 성당의 성서를 읽고, 묵주를 손에 잡고

지극 정성 기도를 하시곤 하셨습니다

외손주인 남편이 잘 되길 바라는 기도,

어머니와 집안 평온함 대한 기도가 가장 큰 소망입니다

 

할머니는 가끔 하나밖에 없는 외손주며느리인 제게

옛날 이야기 비슷하게, 지나간 그 시절의 생활을 들려주셨는데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의 하나가

할머니의 퍼머 머리에 경험담입니다

 

할머니,어머니의 옛날 사진을 보면

그시절 카메라가 대중화 되지 않던 시절이고 매우 귀하던 때에

앨범에는 한국의 옛날 서울의 모습을 많이 구경할 수 있습니다

치마저고리 입던 그시절, 웨딩드레스를 입은 어머니의 결혼사진,

어머니 대학시절의 사진, 서울 거리의 모습, 자동차가 흔하지 않던 시절의

지금의 벤츠만큼 고급스런 승용차, 남편 어릴때 유치원과 학교의 모습등

그것을 통해 시댁의 생활면, 나아가  한국 근대사회를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자들은 비녀를 꼽고 한복저고리와 치마를 입었는데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던 시절에

서울토박이였던 시댁어른들은 서울의 종로에서 살았는데

노할머니는 치렁치렁 긴머리에 비녀를 꼽는 것이 무척이나

번거로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느날

긴머리를 자르고, 뽀글뽀글 퍼머 머리를 과감히 많은 돈을 주고

머리 모양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간편해서 무척이나 편하다라면서 좋아했던 일.

동네에서는 제일 먼저, 그 누구도 하지 않는 할머니의 퍼머 머리는

완전히 동물원의 원숭이 구경하듯, 이웃들이 모여들고

여자들의 시선과 관심이 집중되었고

할머니가 외출할 때 퍼머 머리를 보고는

사람들이 다들 한마디씩 말을 하고 한동안 쳐다보는 우스운 광경이 많이

벌어졌다합니다^^

 

 

우리나라 전형적인 머리를 오랫동안 고수하는 동안에도

할머니는 참으로 서구적인 모습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센스있고도

감각있는 여성으로 보였습니다^^

당시에는 여자들, 딸들은 학문을 하지 않고, 대학을 보내지 않았었는데도

딸이었던 시어머니를 한국 최고의 학교까지 공부를 시키셨던걸 보면 흔하지 않았던,

진보적인 시댁어른들의 생활방식이나 교육방식이

무척이나 특이해 보였습니다

 

퍼머 머리는 외국에서 들어온 머리 스타일이라고 이상하게 여기고

꺼리고 받아들이지 않았는데도 할머니는 동네에서 탑모델이 될만큼

간결하고 편안한 머리 스타일로 남보다 먼저 바꾼었던 일이 생각만해도

그리 웃음이 나올 수 없습니다^^

 

퍼머 머리에 대한 하나의 예를 들었는데,

천주교나 기독교나, 여자들이 고등학교나 대학 교육을 받는 것,

한복에서 양장차림으로 변화등,

외국사상과 문화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올 때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생활에 자리를 잡습니다

 

현재와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지금 비녀꼽는 머리가 일상화되었다면 얼마나 불편한 생활이겠습니까?

있을 수 도 없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천년 전통적인 여자들의 머리 모양이 서구화로 인해

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요즘은 퍼머 머리 한번 안해본 주부는 거의 없을 듯 합니다

이렇게 모든 것들은 편하게 대중화되면서 바뀝니다

이념이나 사상이나 종교나 관습이나

모든 것들은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하며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감당하기 편하게 바뀌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진보를 선택하든 보수를 고수하든 ,탁월한 선택은 각자의 자유이고

무엇을 선택하든지 개인의 생각과 행동은 존중되어야하고

내생각, 내취향,내방식과 다르다고 해서 잘못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바르지 않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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